기역 자로 생긴 카우치 소파에 남편과 딸이 생긴 그대로 기역 자로 누워 있습니다. 본래 사인용으로 나온 소파를 두 사람이 쓰고 있는데도 내가 앉을 자리가 없는 것입니다. 텔레비전이나 태블릿 pC 등에 정신을 팔고 있는 그들은 앞에서 서성이는 내 존재를 의식하지 못합니다.
현재 민희 씨의 사람에 대한 공포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현관 문밖으로 발소리만 들려도 몸이 굳고 손이 떨려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하면서 환청에 시달리기까지 합니다. 자신 주변 지인들과 형제, 부모까지도 연락을 끊고 세상과 철저히 자신을 단절시켰습니다. 이렇듯 매일 반복되는 공포와 불안감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민희 씨에게는 심리상담과 약물치료가 꼭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