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처음 열리던 날 오래된 골목길 돌아다니길 좋아하시나요? 아침에는 삶이 바쁜 사람들이 우르르 나오고 낮에는 나이든 사람들이 앉아 이야기 나누는 곳. 개, 고양이, 개미까지 다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돌아다니는 곳. 그들 모두 자기 이야기를 하는 곳.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그 골목이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소진 씨는 현재 여성보호시설에서 임시 거주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폭력에 노출된 일상이었던 소진 씨는 여전히 보호시설 방구석에 웅크리고 지냅니다. 소진 씨의 생각과 마음에는 폭력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구둣발 소리, 달그락거리는 그릇 소리. 문 열리는 소리 등 평범한 소리가 소진 씨에게는 소스라치게 놀랄만한 소리입니다. 언제 자기가 있는 곳을 찾아올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매 맞는 악몽에 시달려 잠에 들지 않으려고 애씁니다.